
자격증 시험에 합격하고 나서 기뻤던 기억이 납니다. 몇 달간 준비했던 시험이었고, 결과를 확인한 순간만큼은 정말 뿌듯했습니다. 그런데 그 기쁨이 며칠을 가지 못했습니다. 합격은 취업을 위한 하나의 관문일 뿐이었고, 여전히 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습니다. 왜 이렇게 빨리 익숙해지는 걸까요. 분명 원하던 걸 이뤘는데, 왜 마음은 벌써 다음을 향하고 있는 걸까요.
욕망은 채워지는 순간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철학은 인간을 끊임없이 무언가를 지향하는 존재로 봅니다. 저는 이 말이 제 경험과 정확히 일치한다고 느꼈습니다. 욕망은 결핍이 있을 때 강하게 작동합니다. 자격증이 없을 때는 그것만 있으면 충분할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막상 손에 쥐는 순간, 그건 '있어야 할 것'이 되고 더 이상 특별하지 않게 됩니다.
취업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입사 통보를 받았을 때는 정말 기뻤습니다. 그런데 출근 첫날부터 새로운 과제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승진이, 연봉이, 다른 회사의 조건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성취는 현실이 되었지만, 마음은 이미 다음 단계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적응 속도가 빠를수록 만족은 짧아진다
심리학은 인간이 새로운 환경에 빠르게 적응한다고 설명합니다. 처음에는 강렬했던 감정도 시간이 지나면 기준이 됩니다. 제가 자격증을 땄을 때가 그랬습니다. 합격 직후에는 뿌듯했지만, 며칠 후에는 '이제 다음은 뭐지'라는 생각이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성취가 이렇게 빨리 일상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쾌락 적응'이라고 부릅니다. 우리는 좋은 일에도 익숙해지고, 그 기준에 맞춰 새로운 욕구를 만들어냅니다. 자격증이 있던 없던 상관없던 예전의 저와 달리, 이제는 자격증이 있는 것이 기본이 되었습니다. 비교 대상도 달라졌습니다. 이전에는 자격증 없는 동기들과 비교했다면, 이제는 더 많은 자격증을 가진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종착점은 없다는 걸 받아들이는 순간
저는 취업 후에도 비슷한 경험을 반복했습니다. 입사, 적응, 프로젝트 성공. 각각의 순간은 분명 기뻤지만, 그 기쁨은 오래 가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이게 제 문제인 줄 알았습니다. 제가 만족을 모르는 사람인가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건 제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구조였습니다. 일반적으로 만족은 영구적인 상태라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순간적인 반응에 가깝습니다. 만약 만족이 계속된다면 우리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을 것입니다. 만족의 일시성은 다시 도전할 수 있는 동력이기도 합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좌절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흐름입니다. 한 가지 목표를 이루면 다음 목표가 생기고, 그 과정에서 저는 계속 발전했습니다. 자격증을 땄기에 취업할 수 있었고, 취업했기에 새로운 경험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종착점은 없지만, 그 과정 자체가 의미였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만족은 목적지가 아니라 여정의 일부였습니다. 기대가 충족되어도 완전히 만족하지 못하는 자신을 이해하는 순간, 저는 그 감정을 결핍이 아니라 인간적 특성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다음 목표를 향해 움직이는 것, 그게 바로 살아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