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는 새로운 프로젝트 방향을 정하고 나서도 한동안 '이게 맞나' 싶은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분명히 여러 번 고민했고, 안전한 길보다 이 방법이 낫다고 판단했는데 막상 시작하려니 불안이 밀려왔습니다. 확신했다고 생각했는데 왜 이런 감정이 드는 걸까요. 철학과 심리학은 이 현상을 인간 인식의 구조적 특징으로 설명합니다. 우리는 하나를 선택하는 순간에도 다른 가능성을 완전히 지우지 못하는 존재라는 겁니다.
인간은 가능성 속에서 산다
철학적으로 보면 인간은 완전한 정보를 가진 존재가 아닙니다. 제가 경험한 것도 그랬습니다. 여러 선택지를 놓고 고민할 때, 저는 보통 모든 경우를 다 해결할 수 있거나 안전한 방향과 더 나아 보이는 몇 가지 방법이 떠오를 때 고민하는 편입니다. 새로운 도전을 좋아해서 후자를 택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때마다 불안이 따라왔습니다.
선택이란 결국 다른 가능성을 포기하는 행위입니다. 하나를 고르면 나머지는 사라지는 게 아니라 마음 한편에 잠재된 채로 남습니다. 철학은 이를 '미래의 개방성'이라고 표현합니다. 우리는 결과를 알 수 없는 상태에서 결정을 내리기 때문에, 확신은 완전한 확정이 아니라 일정 수준의 납득에 가깝다는 겁니다.
저 역시 '이 방향으로 가겠어'라고 결심했지만, 막상 시작하려니 '아 괜찮을까'라는 생각이 자꾸 들었습니다. 이건 결심이 약해서가 아니라, 선택하지 않은 길의 장점이 떠올랐기 때문이었습니다.
선택 후에도 작동하는 대안적 사고
심리학에서는 이를 인지부조화로 설명합니다. 선택을 내리면 포기한 선택의 장점이 떠오르면서 마음속에 긴장이 생깁니다. 이 긴장이 불안으로 나타나는 겁니다. 제 경험상 이건 정말 정확한 분석입니다. 새로운 방법을 선택하고 나서도 안전한 길의 확실성이 자꾸 생각났거든요.
일반적으로 확신이 있으면 불안이 없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확신은 '이 방향으로 자신이 있다'는 뜻이지, '다른 가능성을 아예 생각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물론 완전히 확신하면 다른 방향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적은 건 맞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그렇게 행동하는 건 아닙니다.
인간은 자신의 결정을 재확인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확신을 유지하려 하지만, 동시에 실수 가능성을 점검합니다. 이 이중적 작동이 불안을 만듭니다. 저는 여러 번 생각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점검하는 제 모습을 보면서, 이게 비정상적인 게 아니라 인간의 자연스러운 인지 과정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통제감과 불확실성 사이의 간극
결정은 내렸지만 결과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불안이 생깁니다. 우리는 선택은 통제할 수 있지만, 결과는 통제할 수 없습니다. 이 간극이 핵심입니다. 심리학은 이를 예측 불확실성이라고 부르는데, 솔직히 이건 누구나 겪는 감각입니다.
제가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방향은 정했지만 결과는 모릅니다. 이 상태에서 불안을 느끼는 건 당연합니다. 인간이 완전한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항상 조금의 가능성을 열어둔다는 이야기에 매우 공감됩니다. 우리는 구조적으로 불확실성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확신과 불안은 서로를 배제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진지하게 선택을 고민했다는 증거일 수 있습니다. 저는 이 불안을 약함으로 받아들이기보다, 제가 선택을 소중하게 여기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하게 됐습니다. 인간은 결정 이후에도 계속 사유하는 존재입니다. 확신 속에서도 불안을 느끼는 자신을 이해하는 순간, 우리는 그 감정을 자연스러운 일부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