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인들이 요즘 뭐 하고 지내느냐고 물을 때마다, 저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완벽한 프리랜서도 아니고, 수입은 작고 귀엽지만 그렇다고 쉬는 것도 아닌, 늘 바쁘게 움직이는 상태. 그 애매한 자리에 서 있던 저에게 이 책의 한 문장이 정확히 박혔습니다. 저자가 똑같은 질문에 내놓은 대답, "그냥 이것저것 하면서 잘 지내"였습니다.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제가 자주 했던 말이었거든요.
《잘될 수밖에 없는 너에게》는 인간관계와 나를 다루는 법에 대한 에세이입니다. 읽는 내내 제가 지금 서 있는 자리가 어디쯤인지 확인하며 되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이건 내 잘못이 아니라고 말해주는 느낌, 그래서 조금씩 단단해지는 기분을 주는 책이었습니다.
나를 가장 먼저 대접하는 일
이 책이 거듭 말하는 건 나를 끔찍하게 아끼는 태도입니다. 저자는 자신이 닮고 싶은 사람들의 공통점으로 "자기 자신을 끔찍하게 대접한다"는 점을 꼽습니다. 자신을 가꾸고 발전시키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고, 좋아하는 것이 뚜렷한 사람들이요. 그건 나를 탐구하는 시간 없이는 만들어지지 않는 태도라고 말합니다.
진짜 투자는 나를 내가 좋아하는 환경에 두는 것, 내가 좋아하는 걸 마음껏 하게 해주는 것에서 시작한다.
건강에 좋은 음식을 먹이고, 나쁜 습관은 고쳐주고, 좋은 사람들과 만나게 해주는 것. 마치 내가 아끼는 누군가를 돌보듯 나를 대하라는 이야기입니다.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비유가 있습니다. 저자는 누구보다 내가 잘되기를 바라는 사람을 곁에 둬야 한다고 하면서, 그 사람이 바로 '나'라고 말합니다. 나를 위하는 가장 확실한 사람은 결국 나 자신이라는 것이죠.
다만 저자는 균형도 잊지 않습니다. 나를 들여다보는 일조차 과하면 독이 된다고요.
가끔씩 내면을 살피는 것은 좋지만 너무 자주 들여다보면 보이지 않던 작은 흠도 도드라진다.
너무 자주 들여다보면 결국 흠밖에 없는 사람이 되어버리고, 그게 나를 싫어하는 첫 단계라는 말. 자기 성찰과 자기 검열 사이의 선을 짚어주는 대목이라 오래 곱씹게 됐습니다.
관계에서 나를 지키는 거리
이 책은 인간관계에 대해서도 단단한 시선을 줍니다. 특히 책임감과 죄책감은 다르다는 짧은 문장이 그랬습니다. 내 행동이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 비난의 여지가 없는데도 누군가 계속 불쾌해한다면, 그건 상대 마음의 문제일 수 있다는 것. 내가 풀어야 할 숙제가 아니라 그 사람이 해결할 몫이라는 말이 묘하게 위로가 됐습니다.
관계의 거리에 대한 비유도 좋았습니다.
인간은 고슴도치 같아서 온기를 느낄 수 있으면서도 가시에 찔리지 않을 정도의 거리가 필요한 법이니까.
마음의 문을 너무 닫으면 다른 사람의 세계를 알 기회를 놓치고, 너무 활짝 열면 상대에게 부담이 됩니다. 적당한 거리를 찾는 일이 결국 관계의 핵심이라는 것이죠. 또 저자는 상대의 말을 곱씹는 습관을 멈추라고 합니다. 별 뜻 없이 한 말에 끙끙 앓지 않으려면, 그냥 듣고 끝내면 된다고요. 저처럼 남의 말을 오래 붙잡고 있는 사람에게는 꼭 필요한 조언이었습니다.
고민될 땐 일단 해보는 쪽으로
이 책을 만난 시점이 저에게는 특별했습니다. 안정적으로 월급이 나오는 회사를 계속 다니는 대신, 내가 주체가 되어 하고 싶은 일을 택하려던 무렵이었거든요. 그래서 이 책의 한 대목이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저자가 할머니에게 "어떻게 살아야 후회가 없냐"고 묻는 장면입니다.
"사는 게 금방이라. 하고 싶은 거 다 하매 살아. 눈치 보매 살 필요 엄따. 금방 할매된다."
이 투박한 사투리 한마디가, 지금도 충분히 잘 살고 있다고, 하고 싶은 걸 다 하면서 살아도 된다고 등을 떠밀어주는 것 같았습니다. 책은 지나친 신중함은 오히려 독이라고 말합니다. 뭐라도 해봐야 일이 일어나고, 상상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요.
저는 몇 년 전부터 마음에 새겨둔 문장이 있습니다. '할까 말까 고민될 땐 하자.' 그 이후로 작지만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그냥 한 번 시도했을 뿐인데, 이어지는 것들이 모여 제 삶을 풍성하게 만들어줬습니다. 후회 없는 삶은 없겠지만, 적어도 시도해보고 생기는 후회가 시도하지 않아서 생기는 후회보다는 작을 테니까요.
좋았던 점과 아쉬운 점
이 책의 가장 좋았던 점은 마지막 구성이었습니다. 목표, 자존감, 불안 같은 키워드별로 어울리는 문장들을 모아두었는데, 책 한 권을 다시 복습하는 느낌이라 정말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쉬운 점을 굳이 꼽자면, 에세이 특성상 메시지가 강력한 한 방으로 남기보다 잔잔하게 스며드는 쪽이라는 점입니다. 명확한 해결책이나 방법론을 원하는 분에게는 다소 막연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위로와 마음의 단단함을 얻고 싶은 분이라면, 그 잔잔함이 오히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 될 것입니다.
고민이 많은 분, 후회가 많은 분, 인간관계가 어려운 분께 권하고 싶습니다. "그럴 수도 있다"는 의연함과 "다시 해낼 수 있다"는 담대함. 이 책이 남긴 두 마음을 챙겨두면, 어떤 혼돈이 와도 금방 지나갈 거라고 믿게 됩니다. 오늘보다 더 근사한 내일을 위해, 제 인생을 스스로 만족할 수 있도록 만들어가야겠다고 다시 마음먹었습니다.
개인적인 독서 경험과 감상을 담은 서평이며, 책의 모든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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