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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서평

블로그를 시작하며 다시 펼친 《마케터의 문장》 — 내가 만족하는 글은 글이 아니었다

마케터의 문장 서평 - 내가 만족하는 글은 글이 아니었다

블로그를 시작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책이 있었습니다. 《마케터의 문장》입니다. 제목 그대로 글쓰기를 마케터의 관점에서 알려주는 책인데, 글을 써서 누군가에게 가닿게 하려는 지금의 저에게 이만한 출발점이 없겠다 싶었습니다.

사실 저는 글쓰기에 막연한 자신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써보면 늘 비슷한 문제에 부딪혔습니다. 처음엔 A를 이야기하려 시작했는데, 쓰다 보면 잡다한 에피소드가 붙고, 결론은 어느새 B로 흘러가 있습니다. 그러고는 전부 지웁니다. 이 책은 그 답답함에 꽤 정확한 진단을 내려주었습니다.

내가 만족하는 글이 아니라, 독자가 움직이는 글

책의 핵심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내가 만족하는 글쓰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잘 쓴 문장이 아니라, 독자가 읽고 싶어 하고 결국 행동하게 만드는 문장을 써야 한다는 것이죠. 저자는 그 과정을 세 단계로 정리합니다. 독자가 이해하고, 흥미와 공감을 느끼고, 그 위에서 움직이게 만드는 것.

이 관점이 저에게는 작은 충격이었습니다. 그동안 저는 글의 주인공이 '나'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마케팅 글쓰기에서만큼은 주인공이 철저히 독자이고, 저는 독자의 이해와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한 수단에 가깝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독자를 세세히 아는 일이 당연해졌습니다. 마치 창업할 때 상권을 분석하고 수요를 조사하는 것처럼요.

책에서 글의 시점에 관한 대목이 특히 인상 깊었습니다.

글의 시점은 '나'가 아니라 '당신'이다.

예상 독자를 구체적으로 그리는 '페르소나 설정', 독자와 같은 위치였음을 드러내 동질감을 주는 법, 예상되는 반론을 미리 제시해 다양한 성향을 헤아려주는 법까지 — 결국 모든 기술이 '독자'라는 한 점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첫 문장의 목적은 두 번째 문장을 읽게 하는 것

책을 읽을 당시에는 그냥 넘겼는데, 글을 쓸 때마다 자꾸 떠오르는 문장이 있습니다.

첫 번째 문장의 목적은 두 번째 문장을 읽게 하는 것, 두 번째 문장의 목적은 세 번째 문장을 읽게 하는 것이다.

이 한 문장이 글을 대하는 태도를 바꿔놓았습니다. 상대가 내 글을 읽을지 말지를 의식하면, 단어 선택부터 달라집니다. 의식의 흐름대로 내가 쓰고 싶은 걸 쓰는 게 아니라, 독자에게 필요한 순서로 단어를 고르게 됩니다. 지금 이 서평을 쓰면서도 계속 떠올리고 있는 원칙입니다.

또 하나 제 문제를 정확히 찌른 대목은 '1기사 1메시지' 원칙이었습니다. 하나의 글에는 하나의 메시지만 담고, 집요할 정도로 반복해도 좋다는 것입니다. 표현을 조금씩 바꾸고 소재를 바꿔가면서요. 앞서 말한 제 고질병 — 글이 산으로 가는 문제 — 의 해결책이 바로 여기 있었습니다. 핵심 메시지를 잡고 그것을 끝까지 유지하며 끌고 가는 것. 책은 인상을 남기는 법으로 세 가지를 듭니다.

집요할 정도로 반복한다. 강조하는 표현을 사용한다. 시각적으로 돋보이게 한다.

쉬운 말로, 그리고 감정을 자극하기

저는 책을 많이 읽으면서 어려운 단어를 자연스럽게 익혔고, 그런 단어를 쓰는 게 저를 더 잘 어필하는 길이라 여겼습니다. IT 업무를 하며 한자어와 영어를 섞어 쓴 글도 많았고요. 그런데 사람들은 그런 글을 그리 좋게 보지 않았습니다. 책은 그 이유를 분명히 짚어줍니다. 전해지는 문장이란, 독자가 이해하기 쉬운 문장이라는 것. 가능하면 우리말로, 가능하면 쉬운 말로 써야 한다는 원칙을 다시 새기게 됐습니다.

독자를 행동으로 이끄는 부분에서는 감정의 역할을 강조합니다. 기능적 이익보다 감정적 이익을, 이성보다 환상을 자극하라는 것이죠. 책에 나오는 부제 하나가 이를 압축합니다.

스테이크를 팔지 말고 '지글지글' 소리를 팔아라.

단순히 사실을 나열하는 게 아니라, 읽는 사람이 머릿속에 그려볼 수 있게 오감을 자극하라는 뜻입니다. 소설이 상세한 묘사로 독자를 다른 삶에 빠져들게 하는 것처럼요. 이게 바로 마케팅의 글쓰기구나, 하고 무릎을 쳤습니다.

나를 드러내는 두려움 내려놓기

가장 오래 남은 건 의외로 기술이 아니라 태도였습니다. 책은 '상품의 팬'이 아니라 '나의 팬'을 만들라고 말합니다. 나의 에피소드와 각오를 드러내야 공감이 생긴다는 것이죠. 저는 이 대목에서 잠시 멈췄습니다. 제 인생에 거창한 스토리가 있는 건 아니지만,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는 이야기일 수도 있으니까요.

블로그를 시작하는 지금, 이 메시지가 가장 무겁게 다가옵니다. 결국 꾸준히 읽히는 글은 나를 솔직하게 담담히 드러내는 글일 테니까요. 잘 쓰려는 욕심보다, 나를 드러내는 두려움을 내려놓는 연습부터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방향을 잃은 사람에게 주는 지침서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가독성입니다. 복잡한 문법이나 미사여구 없이, 전달을 우선시해 담백하고 간결합니다. 그래서 짧은 시간에 편하게 읽힙니다. 다만 너무 잘 읽히는 탓에 머리에 깊이 박히는 느낌은 덜할 수 있습니다. 곁에 두고 글을 쓸 때마다 다시 펼쳐 보는 식으로 활용하는 편이 이 책에는 더 맞다고 느꼈습니다.

한 마디로 《마케터의 문장》은 방향을 잃고 의기소침해진 사람에게 구체적인 지침을 주는 책입니다. 한 번 읽고 끝낼 책이 아니라, 글을 쓰는 한 계속 곁에 두고 싶은 책입니다. 블로그라는 새로운 글쓰기를 시작하는 저에게는, 첫 책으로 이만한 선택이 없었습니다.


개인적인 독서 경험과 감상을 담은 서평이며, 책의 모든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