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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서평

《타이탄의 도구들》 — 뷔페처럼 차려진 거인들의 비밀, 두 번 읽고서야 제맛을 봤다

타이탄의 도구들 서평 - 두 번 읽고서야 제맛을 봤다

솔직히 첫 독서는 실패에 가까웠습니다. 줄 긋느라 정신이 팔려서, 다 읽고 났을 때 머릿속에 남은 건 몇 단어뿐이었거든요. "명상", "이부자리부터 정리해라" 정도였달까요. 이 책은 마치 고급 뷔페식당 같았습니다. 이것도 먹고 싶고 저것도 먹고 싶어 잔뜩 담아왔는데, 막상 다 먹고 나니 배만 부르고 정작 무슨 맛이었는지는 흐릿한. 차라리 된장찌개 잘 끓이는 백반집이 나았으려나 싶을 만큼, 팀 페리스는 진수성찬을 너무 많이 차려놨더군요.

그런데 두 번째로 한 챕터씩 천천히 곱씹으며 읽기 시작하니,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이 책은 버릴 게 없는 책이었습니다. 지금은 한 챕터씩 다시 읽으며 핵심 문장을 노트에 옮기는 작업을 하는 중인데, 몇 번을 거듭 읽다 보면 나도 거인이 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마저 듭니다.

'타이탄'은 누구인가

이 책에서 말하는 타이탄(Titan)은 각자의 자리에서 최정상에 오른 거인들을 일컫습니다. 솔직히 저는 거인이라면 'Giant'를 먼저 떠올렸는데요. 야구 팬이라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팀 페리스는 수십 명의 타이탄, 그러니까 성공한 창업가, 분야 최고의 전문가, 유수 기업 CEO들을 인터뷰해 그들의 비밀을 한 권에 꾹꾹 눌러 담았습니다.

가장 좋았던 건 다양한 성공의 경로를 간접 체험할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흔히 어른들이 말하는 '공부 잘해야 성공한다', '성실해야 성공한다'는 말이 정답이 아니라는 걸 깨닫는 순간, 묘한 쾌감이 몰려왔습니다. '나도 성공할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본 것 같았거든요.

실제로 이 책의 묘미가 거기 있습니다. 한 타이탄이 "성공의 비결은 A가 아니라 B다"라고 하면, 뒤에 나오는 타이탄은 "비결은 B가 아니라 A다"라고 말합니다. 둘 중 하나가 틀렸을까요? 아닙니다. 둘 다 맞았습니다. 인생의 성공에는 정답이 하나가 아니라는 것, 그게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깨달음입니다.

내가 뽑은 한 문장 — 두려움에 관하여

이 책에서 여러 문장을 노트에 옮겼지만, 가장 먼저 마음에 박힌 건 이 문장이었습니다.

당장 시작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게으름 때문이 아니라 두려움 때문이다.

페이팔 창업자 피터 틸의 말입니다. 이 문장을 읽으며 모골이 송연해졌습니다. 그동안 저는 시작하지 못하는 제 자신을 '게으르다'고만 여겼거든요. 한순간 마음만 다잡으면 당장 시작할 수 있을 거라 막연히 자신했는데, 그게 완전한 착각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진짜로 두려워졌습니다. "실패하면 인생을 망칠 수도 있다"는 불안이 우리 발목을 잡는다는 거죠.

그런데 이 책은 동시에 위로도 건넵니다. 타이탄들은 하나같이 "실패는 오래가지 않는다"고 믿더군요. 여기서 제 나름의 해석을 노트에 적었습니다. 우리가 실패하는 이유가 열 가지라면, 그중 결정적인 하나 때문에 무너지는 게 아니라 1번부터 10번까지 전부 때문에 실패한다는 것. 그러니 어느 하나에 집착하지 말고, 실패란 결국 '완전히 실패하는 것'일 뿐임을 깨닫고 거기서 배우면 된다는 겁니다. 실패는 없습니다.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지금의 실패는 성공으로 가는 길의 작은 허들일 뿐이니까요.

거인들의 공통점, 그리고 디로딩

수십 명의 타이탄을 관통하는 공통점도 흥미로웠습니다. 그중 80퍼센트 이상이 매일 아침 어떤 식으로든 명상을 하고, 거의 모두가 자기만의 아침 루틴(잠자리 정리, 명상, 가벼운 운동, 차 마시기, 아침 일기)을 갖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앞서 읽은 《미라클 모닝》과도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대목이라 반가웠습니다.

의외로 가장 위안이 된 건 디로딩(Deloading)이라는 개념이었습니다. 촘촘한 계획과 일에서 잠시 물러나 컨디션을 회복하는 시간을 뜻하는데, 좋은 아이디어는 오히려 이 쉬는 틈에서 나온다고 합니다. 음표 사이의 침묵이 음악을 만드는 것처럼요. 끊임없이 달려야 한다고만 생각했던 저에게, 쉼도 성공의 일부라는 이 메시지가 묘하게 마음을 풀어줬습니다.

좋았던 점과 아쉬운 점

가장 좋았던 점은 각 분야 최정상에 오른 사람들의 가치관을 짧은 글로 맛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문장을 곱씹다 보면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철학적 질문에 어느 정도 답을 얻는 듯합니다. 만약 제가 20대에 단 한 권만 읽을 수 있었다면, 망설임 없이 이 책을 골랐을 것 같습니다.

아쉬운 점은 바로 그 풍성함이 양날의 검이라는 데 있습니다. 워낙 많은 타이탄의 조언이 쏟아지다 보니, 처음 읽으면 제가 그랬듯 소화불량에 걸리기 쉽습니다. 게다가 조언끼리 서로 모순되는 경우도 많아서, 명확한 정답을 원하는 사람에겐 오히려 혼란스러울 수 있습니다. 또 도전·성취·열정 같은 가치를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에겐 최고의 책이지만, 그런 가치와 거리가 먼 분께는 다소 부담스럽거나 피곤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한 번에 다 먹으려 하지 말고, 뷔페에서 내 입맛에 맞는 접시만 골라 담듯 읽는 게 가장 좋습니다.

성취와 도전을 사랑하는 분, 그리고 무언가 시작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분께 권하고 싶습니다. 저는 이 책을 두 번째 읽으며 배웠습니다. 두려움은 부수어 없앨 적이 아니라, 인생이라는 집을 지을 때 적당한 자리에 배치해야 할 벽돌 하나라는 것을요. 거인들의 비밀은 의외로 거창하지 않았습니다. 두려워도 일단 시작하고, 실패해도 포기하지 않고, 가끔은 쉬어가는 것. 그 단순한 진실을, 저는 두 번 읽고서야 비로소 맛봤습니다.


개인적인 독서 경험과 감상을 담은 서평이며, 책의 모든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