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 저는 돈에 큰 욕심이 없는 편이었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을 정도면 충분하다고 여겼고, 오히려 돈이 너무 많아지면 사람이 불행해질 수 있다는 생각에 살짝 부정적이기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이 책 한 권을 읽고 '돈'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돈을 적대할 필요가 없다는 것, 오히려 돈을 내 편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요. 저는 하고 싶은 게 많은 사람이니까요.
《부의 추월차선》은 자수성가한 백만장자 엠제이 드마코가 들려주는 현실적인 조언을 담은 책입니다. 마침 이직을 결심하던 무렵에 읽었는데, 멋진 삶을 살기 위한 동기 부여를 다시 한번 받게 해준 책이었습니다.
'천천히 부자 되기'가 놓치는 것
책이 가장 먼저 의심하는 건 우리에게 익숙한 공식입니다. 좋은 대학을 나와 좋은 직업을 갖고, 알뜰하게 저축하고 투자하면 예순다섯 즈음엔 부자가 되어 있을 거라는 믿음 말입니다. 저자는 이것을 '천천히 부자 되기'라 부르며, 현재의 삶을 까마득한 미래와 맞바꾸는 길이라고 말합니다.
왜 그게 문제일까요. 부의 진짜 의미와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책에서 가장 좋았던 대목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저자는 진정한 부가 돈이나 물건이 아니라 '3F'로 이루어진다고 말합니다. 가족(Family, 관계), 건강(Fitness), 자유(Freedom)입니다. 정작 저자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람보르기니를 뽑거나 대저택으로 이사했을 때가 아니었다고 고백합니다.
2일의 자유를 누리기 위해서 5일을 바쳐야 하며, 경제적 여유가 생길 때쯤이면 나이가 들고 건강을 잃게 된다.
천천히 부자가 되는 방식으로는 자유도 건강도 관계도 온전히 누리기 어렵다는 것. 부는 머리카락이 조금 더 남아 있는 젊은 시절에 가장 잘 즐길 수 있다는 저자의 말이, 돈을 미뤄두고만 살던 저에게 묘하게 와닿았습니다.
인도, 서행차선, 추월차선
이 책의 가장 유명한 비유는 세 갈래 길입니다. 저는 이 지도 부분이 특히 재미있었습니다.
먼저 인도는 가난으로 향하는 길입니다. 여기 선 사람들에게 부란 '소득 더하기 빚'이고, 여윳돈이 생기는 대로 옷이나 가방을 사버리는 '라이프스타일의 노예'입니다. 남의 시선 때문에 소득에 맞지 않는 화려함을 좇다가 결국 가난에 이릅니다. 책의 조언은 단호합니다.
살까 말까 할 때는 사지 마라.
다음으로 서행차선은 평범한 삶입니다. 대학을 나와 직장을 얻고, 월급의 일부를 저축하며 투자하는 길이죠. 문제는 이 길의 부가 '시간'에 묶여 있다는 점입니다. 연봉은 시급 곱하기 근무시간인데, 하루는 24시간을 넘을 수 없으니까요. 이 대목을 읽으며 저는 솔직히 뜨끔했습니다. 주말을 주중에 더 열심히 일하기 위한 시간으로 여기는 삶, 자유(시간)를 팔아 자유(돈)를 사는 거래에 제가 익숙해져 있었거든요.
마지막 추월차선은 부를 향한 길입니다. 핵심은 단 하나, 소비자가 아니라 생산자가 되는 것입니다.
금을 캐려고 땅을 파는 대신 삽을 팔아야 한다. 수업을 듣는 대신 수업을 제공해야 한다.
추월차선의 부는 '수익 더하기 자산가치'인데, 이 변수들은 서행차선과 달리 통제 가능하고 제한이 없습니다. 순이익은 판매 개수 곱하기 단위당 이익이고, 판매 개수에 한계를 두지 않는 것이 핵심입니다. 수백만 명에게 영향을 미치면 수백만의 보상이 따라온다는 논리죠.
시간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일
추월차선의 목표를 저자는 명확하게 정의합니다. 시간과 수입을 분리시키는 것입니다. 일하지 않아도 들어오는 소득, 즉 '돈이 열리는 나무'를 키우라는 것이죠. 책은 그 씨앗으로 임대, 컴퓨터·소프트웨어, 콘텐츠(책·블로그), 유통, 인적자원 시스템을 구체적으로 제시합니다. 두루뭉술하게 끝내지 않고 실전적으로 짚어주는 점이 이 책이 여느 자기계발서와 다른 지점이라고 느꼈습니다.
시간은 인생의 동전이다. 다른 동전은 없다.
그리고 저자는 분명히 선을 긋습니다. 빠르게 부자 되기가 곧 쉽게 부자 되기는 아니라고요. 추월차선은 매끄러운 아스팔트가 아니라 실패로 포장된 길이며,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는 상당한 헌신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결국, 운전대를 쥔 건 나
책에 인상적인 장면이 있습니다. 저자의 람보르기니를 본 한 학생이 "찍을 수 있을 때 찍어둬야겠어요, 전 이런 차 절대 못 살 테니까요"라고 말하는 대목입니다. 저자는 이 한마디가 자신과 그 소년의 가장 큰 차이라고 합니다. 소년은 이미 "내 인생에 이런 건 없을 것"이라는 결정을 내려버렸고, 그 사고방식이 평범한 삶을 향해 행동하게 만든다는 것이죠.
스스로를 소유하지 못한다면, 스스로에게 먼저 투자할 수 없다.
저 역시 "이번 생은 글렀어" 같은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어떤 길을 택하든 운전대를 쥔 건 결국 나 자신이고, 지금의 나는 수백 가지 선택의 결과니까요. 그래서 저자가 강조하는 또 하나의 메시지, 아이디어는 머릿속에만 있으면 아무 소용이 없고 실행하는 사람이 그 주인이라는 말이 오래 남았습니다.
좋았던 점과 아쉬운 점
가장 좋았던 점은 부를 '돈'이 아니라 '시간과 자유'의 관점에서 다시 보게 해준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업의 5계명(필요·진입·통제·규모·시간)처럼 추상적 동기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는 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다만 균형 있게 보면, 이 책은 다소 단정적입니다. "그 망할 직업을 버려라" 같은 표현처럼 직장과 저축을 평가절하하는 강한 어조라, 모든 사람의 상황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습니다. 저는 오히려 이 책을 읽고도 지금 다니는 회사에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제 선택으로서 괜찮다고 판단했습니다. 책의 길이 정답이라기보다, 인도·서행차선·추월차선은 저자가 임의로 나눈 틀일 뿐이고 어떤 길을 택하든 그 선택과 책임은 내 몫이라는 것. 그 점을 기억하며 읽으면 이 책의 자극적인 주장도 균형 있게 소화할 수 있습니다.
지금 이대로의 삶이 어딘가 답답한 분, 부를 막연히 적대하거나 미뤄두고 있는 분께 권하고 싶습니다. 저처럼 돈을 적대하던 사람에게는, 돈을 내 편으로 만들어도 된다는 허락처럼 느껴질 책입니다. 저는 이 책 덕분에 언젠가 저만의 브랜드를 만드는 데 시간을 쓰고 싶다는 꿈을 품게 됐습니다. 어쩌면 이 블로그도 그 첫 씨앗일지 모르겠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독서 경험과 감상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금융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와 진로 결정은 반드시 본인의 판단과 책임 아래 이루어져야 합니다.
'책 서평'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 — 따뜻한 소설을, 따뜻함을 받아들일 수 없는 상태로 읽었다 (0) | 2026.06.14 |
|---|---|
| 멀티태스킹을 즐기던 내가 읽은 《원씽》 — 두 마리 토끼를 쫓으면 둘 다 놓친다 (0) | 2026.06.13 |
| 경제 공부를 시작하며 읽은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 클래식이 왜 클래식인지 알게 됐다 (0) | 2026.06.12 |
| 삶의 태도를 고민하던 시기에 만난 《마인드셋》 — 내 결점을 못 보게 만든 건 나였다 (0) | 2026.06.12 |
| 주식으로 우울했던 시절에 만났다면 좋았을 《돈의 심리학》 — 돈은 숫자가 아니라 심리였다 (1) | 2026.06.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