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는 멀티태스킹을 즐기는 사람이었습니다. 여러 일을 동시에 굴리는 게 유능함이라 여겼고, 그렇게 사는 제가 꽤 효율적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런 저에게 《원씽》은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준 책이었습니다. 게리 켈러와 제이 파파산이 쓴 이 책의 메시지는 제목에 이미 다 들어 있습니다.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단 하나(The One Thing)'를 찾아 그것에 집중하라는 것입니다. 책 전체를 관통하는 한 문장은 이렇습니다.
두 마리 토끼를 쫓으면 두 마리 다 잡지 못하고 말 것이다.
성공에 관한 여섯 가지 거짓말
이 책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1부 '거짓말'이었습니다. 우리가 당연히 성공의 조건이라 믿어온 통념들을 정면으로 반박하거든요. 저자가 꼽은 여섯 가지 잘못된 믿음은 이렇습니다. 모든 일은 다 중요하다, 멀티태스킹은 능력이다, 성공은 철저한 자기관리에서 온다, 의지만 있다면 못할 일은 없다, 일과 삶에 균형이 필요하다, 크게 벌이는 일은 위험하다.
하나씩 보면 평소 제가 굳게 믿던 것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저자의 반박을 따라가다 보니, 머릿속에서 뿌옇고 허둥지둥하던 계획들이 오히려 명쾌하게 정리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중 저를 가장 뜨끔하게 한 두 가지를 풀어보려 합니다.
멀티태스킹은 능력이 아니라 허상이다
멀티태스킹을 즐기던 저에게 이 챕터는 뼈아팠습니다. 저자는 우리 뇌가 동시에 여러 일을 처리하지 못한다고 단언합니다. 엄청난 속도로 여러 작업을 해내는 컴퓨터조차, 실은 한 일을 끝내고 다음 일로 넘어가는 순차 처리를 빠르게 반복할 뿐이라는 것이죠.
차이는 인간에게 '버퍼링'이 있다는 점입니다. 컴퓨터는 이 일과 저 일을 넘나들 때 끊김이 없지만, 인간의 전두엽은 작업을 전환할 때마다 버벅거립니다. 어디까지 했는지 다시 찾아야 하고, 잘못 소환해 잠시 멍해지기도 하고, 오류도 생깁니다. 엄청 집중해서 일하는데 누가 갑자기 이름을 부를 때의 그 끊기는 느낌. 그게 바로 멀티태스킹의 실체였습니다. 차분히 하나씩 처리하는 것만 못하다는 것. 시간도, 완성도도요.
의지력은 무한하지 않다
또 하나 와닿은 건 의지력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의지만 있다면 못할 일은 없다"는 흔한 격언을, 저자는 현실적으로 반박합니다. 의지력은 연료처럼 쓸수록 줄어드는 한정 자원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책은 명쾌한 처방을 내립니다.
하루의 성과를 최고로 만들고 싶다면, 의지력이 떨어지기 전에 가장 중요한 한 가지 일을 일찍 해치워라.
저도 의지력이 바닥난 상태에서 '나를 따르라' 하고 다그쳐봐도 몸이 안 따랐던 경험이 많습니다. 그러니 의지가 가장 충만한 시간에 가장 중요한 일을 배치하는 것. 단순하지만 강력한 전략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집중할 것인가
책의 중반부는 '초점탐색 질문'으로 넘어갑니다. "이걸 함으로써 다른 모든 일이 더 쉬워지거나 필요 없어지는, 내가 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일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묻는 것이죠. 그리고 후반부는 그 하나를 지키기 위한 공식으로 목적의식, 우선순위, 생산성을 제시합니다. 제가 가장 좋아한 비유가 여기 있습니다.
햇빛은 초점을 맞출 때까지 절대로 종이를 태우지 못한다.
아무리 강한 햇빛도 흩어져 있으면 종이 한 장 못 태우지만, 한 점에 모이면 불을 일으킵니다. 제대로 된 결과를 내려면 그만큼 뾰족한 집중이 필요하다는 것. 흩어진 에너지로 모든 걸 조금씩 하던 제 방식을 정확히 겨냥하는 비유였습니다.
물론 책은 균형도 짚습니다. 한 가지에만 매몰돼 가족과 건강을 잃으면 그 성공이 무슨 의미냐는 것이죠. 일을 하는 이유가 결국 사랑하는 사람들 때문임을 기억하라는 대목에서, 집중의 목적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좋았던 점과 아쉬운 점
가장 좋았던 점은 익숙한 성공 통념을 뒤집어 생각을 흔들어준다는 것입니다. 특히 멀티태스킹과 의지력에 대한 반박은, 자기계발서를 여러 권 읽은 사람에게도 신선한 충격을 줍니다. 각 챕터 끝에 핵심을 요약한 장표가 있어, 내용을 되새기기 좋은 구성도 친절했습니다.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1부의 통념 깨기는 강렬하지만, 2부와 3부로 갈수록 흔히 봐온 자기계발의 레퍼토리가 반복되는 느낌이 있습니다. 그리고 '단 하나'에 집중해 실제로 발전한 구체적 사례가 다소 부족해서, "그래서 그 하나를 어떻게 고르라는 거지?"라는 질문이 끝까지 남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책은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나름의 해석을 더해 읽을 때 가장 쓸모가 있습니다. 서로 관련 없어 보이는 잡다한 일들에서 벗어나 한 가지에 집중하라는 큰 메시지로 받아들이면 충분합니다.
할 일이 너무 많아 늘 허둥대는 분, 멀티태스킹이 능력이라 믿어온 분께 권하고 싶습니다. 저는 이 책을 덮으며 작은 습관 하나를 들였습니다. 일이 밀려들 때 '지금 이 중에서 제일 중요한 단 하나가 뭐지?'를 먼저 묻는 것. 그 질문 하나만으로도, 복잡하던 하루가 한결 단순해졌습니다.
개인적인 독서 경험과 감상을 담은 서평이며, 책의 모든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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