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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서평

베스트셀러를 의심하던 내가 읽은 《불편한 편의점》 — 뻔한데, 그래서 따뜻했다

불편한 편의점 서평 - 뻔한데 그래서 따뜻했다

솔직히 고백하면, 저는 많은 사람이 읽었다는 책일수록 의심부터 하는 편입니다. 다들 좋다고 하는 데는 거품도 끼어 있기 마련이라고요. 《불편한 편의점》도 그래서 한참을 미뤄뒀습니다. 표지에 적힌 '밀리언셀러'라는 문구가 오히려 경계심을 키웠거든요. 그런데 가볍게 펼친 첫 장을 덮을 무렵, 저는 꽤 묵직한 여운에 잠겨 있었습니다. 뻔할 거라 단정했던 이야기가, 뻔해서 오히려 따뜻했습니다.

이 소설은 서울역 인근의 작은 편의점 'ALWAYS'를 무대로, 그곳을 오가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특별할 것 없는 우리와 닮은 인물들이 편의점이라는 공간에서 모였다 흩어지며, 저마다의 상처를 조금씩 회복해갑니다. 작가가 그리는 건 대단한 영웅담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을 바라보는 다정한 시선입니다.

편의점, 사람들의 주유소

이야기의 중심에는 기억을 잃은 노숙인 '독고'가 있습니다. 어수룩하고 말수도 적지만, 묘하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인물이죠. 그가 편의점에서 일하게 되면서, 그곳을 드나들던 사람들의 얽힌 매듭이 하나씩 풀리기 시작합니다. 공무원을 준비하던 청년, 아들과 말이 통하지 않아 속앓이하는 주부, 회사와 가정 양쪽에서 찬밥 신세인 가장. 모두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사람들입니다.

책 속 한 구절이 이 소설의 핵심을 압축합니다.

편의점이란 사람들이 충전을 하고 떠나는, 인간들의 주유소라는 걸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이 주유소에서 사람들은 기름만 넣고 가는 게 아니라, 어떤 이는 아예 고장 난 마음을 고쳐서 떠납니다. 저는 이 비유가 참 좋았습니다. 편의(便宜)를 위한 공간이지만, 정작 그곳에서 오가는 건 물건이 아니라 사람의 온기였으니까요.

뻔함에 대하여

물론 이 소설의 줄거리는 어떤 면에서 상투적입니다. 기억을 잃은 주인공, 숨겨진 과거, 어눌하지만 강직한 인물이 주변 사람들을 변화시키고, 그러다 자신의 과거와 마주하게 되는 흐름. 소설을 좀 읽어본 사람이라면 익숙한 구조죠.

그런데 저는 이 '뻔함'을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건축물에 지붕과 기둥과 벽이 있어야 하듯, 좋은 이야기에는 어쩔 수 없이 공통의 골격이 있습니다. 중요한 건 그 골격을 무엇으로 채우느냐죠. 작가는 위트 있는 문장과 사실적인 에피소드로 이 익숙한 틀을 생생하게 살려냈습니다. 모든 인물의 사연이 어찌나 현실적인지, 읽다 보면 '이거 내 이야기 같은데' 싶은 대목이 한 번쯤은 나옵니다. 뻔하다는 건 결국, 그만큼 보편적이라는 뜻이기도 했습니다.

혼자 있지 말 것, 그리고 친절할 것

이 책이 건네는 메시지는 두 가지로 읽힙니다. 첫째는 결코 혼자 있지 말라는 것, 둘째는 호의가 호의를 낳는다는 믿음입니다. 1인 가구가 늘고 온갖 형태의 외로움이 떠도는 지금, 작가는 어떤 울타리든 따뜻한 사람들이 있는 곳을 찾아 들어가라고 말하는 듯합니다.

특히 마음에 남은 건, 우리가 만나는 모든 사람이 저마다 힘든 싸움을 하고 있으니 친절해야 한다는 태도였습니다. 혐오와 단절이 익숙해진 시대에, 서로를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는 일이야말로 삶을 버티게 하는 힘이라는 것. 베스트셀러를 의심하던 제가 결국 무장 해제된 지점도 바로 여기였습니다. 거창한 교훈이 아니라, 그냥 곁에 있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에서 회복이 시작된다는 단순한 진실이요.

좋았던 점과 아쉬운 점

가장 좋았던 점은 형식의 재미입니다. 각 챕터의 제목이 편의점 물건과 연결되고, 매 장의 마지막 장면이 편의점 음식을 나눠 먹으며 마무리됩니다. 누군가는 소주잔을 부딪치고, 누군가는 옥수수수염차를 마시며 끝나죠. 편의점을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이야기의 소재로 적재적소에 녹여낸 점이 가독성을 한층 높였습니다.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여덟 번째 챕터가 앞선 일곱 편을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구조인데, 이 친절이 다소 과하게 느껴집니다. 독자에게 상상의 여지를 남겨두었더라면 여운이 더 길지 않았을까요. 주인공의 과거를 굳이 또렷이 밝히기보다 궁금증만 건드리는 정도였다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또 주인공의 과거 직업이나 후반부의 봉사 활동 설정은, 따뜻한 결말을 위해 다소 작위적으로 끼워 맞춰진 인상도 줍니다.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편의점이라는 공간과 더 잘 어울렸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죠.

그럼에도 이 책은 한 주를 바쁘게 보낸 주말에 펼치기 좋은 소설입니다. 머리 아픈 일은 잠시 접어두고, 사람 사는 일이 별게 아니라는 위로를 받고 싶을 때요. 저처럼 베스트셀러를 일단 의심하고 보는 분께도 권하고 싶습니다. 가끔은 많은 사람의 선택에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는 걸, 이 작은 편의점이 조용히 일러주거든요.


개인적인 독서 경험과 감상을 담은 서평이며, 결말과 주요 설정은 최대한 밝히지 않았습니다.